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한다.
해안에 떠밀려온 조개껍데기, 물먹은 나뭇가지, 고개가 기울어진 고양이, 틈새에 낀 깃털, 창틀에 떨어진 날개, 하얀 목련 꽃잎의 갈색 얼룩, 개망초를 타고 오르는 개미들의 행렬, 낚싯줄에 붙잡힌 갈매기, 냉장고 틈새로 잃어버린 거북이, 창문 너머로 날아간 나이팅게일, 다섯 잎 클로버, 화분을 뒤덮은 잡초, 내가 죽인 애벌레, 내가 살린 지렁이, 선명한 하늘과 무지개의 끝 그리고 돌아오는 계절.
10대에는 만화 속 캐릭터와 아이돌을 동경했고, 20대 땐 길 위에 버려진 것들에 눈길이 갔다. 30대 중반을 지나며 좋아하는 것들이 하나둘 줄어갔는데, 어느 날 하늘을 날고 있는 새들이 보였다. 그렇게 새를 바라보면서 나는 다시 아름다운 것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. 이 만화는 그렇게 만들었다.